20년 된 MMORPG에 왜 다시 레벨1이 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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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된 MMORPG에 왜 다시 레벨1이 모일까

〈프리프〉는 2004년부터 시작해 20년이 넘는 시간이 쌓여온 IP입니다. 〈프리프 유니버스〉는 2022년 이 IP를 기반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4월 23일, 〈프리프 유니버스〉에 새로운 서버가 열렸습니다. 대규모 확장팩도, 신규 클래스의 출시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게임을 해온 사람도, 한동안 게임을 떠났던 사람도 이 서버에 다시 모여 새로운 캐릭터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레벨은 모두 1이었습니다. 

이 서버는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은 프리프 월드 챔피언십(FWC)을 위해 열리는 기간 한정 서버입니다. 서버가 열리기 전날까지 약 10만 명이 사전예약을 했고, 오픈 당일 접속자는 12만 명, 신규 가입자는 5만 명을 넘었습니다. 

20년 넘는 시간이 쌓인 게임에, 어떻게 다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레벨 1부터 시작하게 되는 걸까요.

이 질문을 들고 〈프리프 유니버스〉의 퍼블리싱을 맡고 있는 위메이드커넥트를 찾았습니다.

위메이드커넥트 글로벌사업실 유니버스사업팀. 왼쪽부터 김유단 실장, 홍륜경 대리, 최서진 팀장

모두가 다시 레벨 1에서 시작하는 이유

FWC는 〈프리프 유니버스〉가 매년 여는 글로벌 e스포츠 대회입니다. 대회 기간 한정의 FWC 서버가 열린 뒤 결승까지는 약 반년이라는 긴 시간이 주어집니다. 플레이어들은 이 기간 동안 캐릭터를 키우고 장비를 모으며, 함께 경쟁할 팀을 꾸립니다. 

FWC 서버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은 모두가 레벨 1부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프리프 유니버스〉 시작 마을 '플라리네'

기존 서버에서 오랫동안 키운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 경쟁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면 먼저 게임을 시작한 사람과 최근에 합류한 사람 사이에 쌓인 격차까지 그대로 경기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위메이드커넥트 글로벌사업실 김유단 실장은 FWC 서버를 따로 운영하는 이유를 이 차이에서 찾았습니다.

처음부터 시작했던 사람과 늦게 들어온 사람은 분명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서버를 만들고, 모두가 예외없이 1레벨부터 시작할 수 있게 하는 거죠.

FWC 서버의 성장 속도는 기존 서버보다 빠릅니다. 경험치와 아이템 드롭률을 높여 정해진 기간 안에 캐릭터를 충분히 키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이 구조는 대회 참가자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서비스 기간이 긴 MMORPG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기존 유저와 새로 들어온 유저 사이의 성장 격차가 커집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한 사람은 이미 몇 년을 플레이한 유저를 따라가기 어렵고, 한동안 떠났다가 돌아온 유저 역시 달라진 환경에 다시 적응해야 합니다. 

FWC 서버에서는 모두가 같은 날 레벨1부터 시작합니다. 신규 유저와 복귀 유저도 빠른 성장 속도를 활용해 게임을 익히고 캐릭터를 충분히 키운 뒤, 본서버에 합류할 수 있습니다. 

위메이드커넥트 유니버스사업팀 최서진 팀장은 FWC 서버가 대회를 위한 공간인 동시에 신규·복귀 유저를 위한 성장 서버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서버를 통해서 캐릭터를 빠르게 육성하고 성장시킨 다음에 본서버로 합류하는 사이클이 완성됩니다. 초보 유저들은 시간이 필요하니까 이 서버에서 충분히 성장을 마치는 기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버 오픈부터 결승까지 약 반년이라는 기간이 주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숙련된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충분히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뿐 아니라, 처음 게임을 시작한 유저가 게임을 익히고 본서버에 합류할 준비를 마치는 시간까지 함께 고려한 것입니다.  

그래서 FWC 서버는 누군가에게는 대회를 준비하는 경기장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게임에 새롭게 들어올 수 있는 입구가 됩니다. 


FWC에서 시작된 플레이는 다시 본서버로 

FWC 서버에서 키운 캐릭터는 대회가 끝났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서버 운영이 종료되면 정해진 이전 규정에 따라 본 서버로 옮겨 계속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이 규칙은 기존 유저에게도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합니다. 이미 본서버에서 오랫동안 캐릭터를 키운 유저에게 새로운 직업이나 빌드를 처음부터 다시 육성하는 일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FWC 서버에서는 다른 스킬 트리나 능력치 조합으로 캐릭터를 키워본 뒤, 이를 본서버의 두번째 캐릭터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김유단 실장은 이를 FWC 서버의 중요한 특징으로 꼽았습니다.

본서버에서는 ‘이거 한번 키워볼까’ 하면 부담됐던 것들을, 여기서 1년에 한 번 정도 원하는 캐릭터 빌드로 키워보는 거죠. 스킬도 찍어보고 스탯도 다르게 가져가면서 키워보고, 그리고 이걸 본서버로 가서 내 세컨 캐릭터로 사용할 수도 있고요.

신규·복귀 유저도 FWC 서버에서 충분히 성장한 뒤 본서버로 합류합니다. 새로운 유저와 캐릭터가 들어오면 장비와 아이템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기존 길드와 새로운 관계도 만들어집니다. 

FWC에서 시작된 플레이가 대회 서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본서버로 이어지는 겁니다.

그리고 그때 함께 이동하는 것은 캐릭터만이 아닙니다. 

FWC 서버에서 성장한 캐릭터를 옮길 본서버를 선택하는 화면. (출처: YouTube @SPIELESTYLER)

“우리 어디서 다시 만날까”

FWC 서버에는 전 세계 플레이어가 모입니다. 원래 서로 다른 국가와 서버에서 플레이하던 사람들이 몇 달 동안 같은 공간에서 사냥하고, 파티를 맺고, 함께 경쟁합니다. 

서버 운영이 끝날 무렵이면 자연스럽게 이런 대화가 시작됩니다. 

“이제 우리 어느 서버에서 다시 만날까.”

최서진 팀장은 FWC 서버에서 친해진 유저들이 함께 이동할 서버를 정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친하게 지냈던 유저들끼리 ‘우리 저기 서버에서 모이자’ 이런 식으로 어디로 갈지 정합니다. 독일,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 나뉘어 있던 사람들이 같이 놀다가 다 같이 특정 서버로 가서 거기서 또 뭉치는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FWC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은 이후 같은 서버를 선택하고 다시 함께 플레이하는 겁니다.

결국 FWC를 거쳐 본서버로 이어지는 것은 새로 키운 캐릭터만이 아닙니다. 그 안에서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그 사이에 만들어진 관계도 함께 이어집니다.


서버 오픈부터 결승까지, 반년의 경기

2025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FWC 그랜드 파이널 우승 순간.

FWC 서버에서 캐릭터를 키우고 사람을 만나는 시간은 결국 하나의 무대를 향합니다. 

4월 서버 오픈 이후 약 넉 달 동안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팀을 꾸린 플레이어들은 8월 말부터 온라인 예선에 들어갑니다. 예선과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거쳐 최종 8개 팀이 가려지고, 올해 그랜드 파이널은 10월 2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립니다. 

약 넉 달동안 레벨을 올리고 장비를 모으는 일 자체가 경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 과정 없이는 마지막 무대에 설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FWC는 서버가 열린 날부터 이미 첫 번째 라운드가 시작된 셈입니다. 그렇게 쌓아온 시간이 결국 결승 무대로 이어집니다. 

지난해 마닐라에서 열린 그랜드 파이널에는 약 3천 명이 모였습니다. 무대에서는 결승전이 열렸고, 주변에서는 코스프레와 공연, 굿즈 판매가 함께 진행됐습니다. 몇 달 동안 온라인에서 이어진 플레이가 이날만큼은 실제 장소를 갖게 된 겁니다. 

FWC 2025 그랜드 파이널 현장에서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홍륜경 대리.

위메이드커넥트 유니버스사업팀 홍륜경 대리는 FWC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매개체라고 설명했습니다.

FWC는 온라인에만 머무는 대회가 아니에요. 그랜드 파이널에 참가하는 유저가 있고, 현장에 직접 보러 오는 유저가 있고, 스트리밍 중계를 통해 경기를 보는 유저가 있습니다. FWC는 프리프 유니버스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FWC 2025 그랜드 파이널을 마친 참가 선수와 관계자들.

사람들은 왜 다시 레벨 1을 선택할까

MMORPG가 처음 문을 열 때만 볼 수 있는 특유의 풍경이 있습니다.

수많은 캐릭터가 같은 마을에서 출발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비슷한 곳을 헤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 풍경은 사라집니다. 유저들은 각자의 서버와 길드로 흩어지고, 캐릭터마다 서로 다른 시간이 쌓입니다. 모두가 함께 출발했던 그 순간은 과거가 됩니다.

FWC는 그 풍경을 매년 다시 만들고 있습니다. 

최서진 팀장은 이를 “고여 있는 물의 파문”에 비유했습니다. 이미 시간이 쌓인 세계에 새로운 유저와 플레이가 다시 들어오면서 새로운 움직임을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FWC는 고여 있는 물의 파문 같다는 생각이에요. 새로운 물이 계속 유입되는 경로가 되기도 하고요. MMORPG는 게임이 처음 열리면 다들 첫 마을에 모여서 1레벨부터 우르르 몰려가며 사냥하는 걸 보는 맛이 있잖아요. 라이브 서비스가 몇 년 된 게임인데도 매년 그런 경험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저희에게도 꽤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FWC는 그동안 쌓인 시간을 없애거나 처음으로 되돌리지 않습니다. 대신 1년에 한 번, 많은 사람들이 다시 같은 날 레벨 1에서 함께 출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듭니다.

오래 게임을 해온 사람에게는 새로운 플레이를 시도할 기회가 되고,
한동안 떠났던 사람에게는 다시 돌아올 계기가 됩니다. 
처음 게임을 접한 사람에게는 기존 유저들과 함께 출발할 수 있는 친절한 입구가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 만들어진 캐릭터와 관계는 다시 본서버로 이어집니다.
결국 FWC가 만들어내는 것은 새로운 레벨 1 캐릭터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쌓여온 시간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다시 함께 시작할 수 있는 시간.

올해도 그 시간의 끝에는 결승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10월 24일, FWC 서버에서 가장 앞서간 여덟 팀이 마닐라의 무대에 오릅니다. 반년 동안 이어진 여정이 어떤 마지막 드라마를 써낼지, 그곳에서 확인해보겠습니다.

〈프리프 유니버스〉  공식 사이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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