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7일과 28일, 아시아와 북미·유럽, 남미 각지에서 온 선수들이 서울 상암 SOOP 콜로세움에 모였습니다. 접속하던 서버도, 플레이하던 시간대도, 함께 싸워온 동료도 달랐지만 이날만큼은 모두 같은 전장 앞에 앉았습니다.
이미르컵 월드 챔피언십 시즌2는 여러 권역의 대표 선수들이 레전드 오브 이미르 최고의 서버를 가리는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세계 각지의 선수들을 한곳에 모으는 것만으로 대회가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수백 명이 참여하는 전장을 하나의 경기로 만들고, 선수들이 플레이에만 집중하며, 시청자가 전황을 따라갈 수 있게 하려면 화면 밖에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했을까요.

시즌2, 전장을 다시 설계하다
이번 시즌은 경기 방식과 경기를 보여주는 방법이 함께 달라졌습니다.
준결승 대진은 3파전에서 2파전으로 단순해졌고, 부활 횟수를 최대 세 번으로 제한하는 ‘라이프 모드’가 도입됐습니다. 중계 화면에는 전장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미니맵과 선수들의 남은 부활 기회를 표시하는 하트 아이콘이 추가됐습니다.
이 변화들은 수백 명이 뒤엉키는 서버대전의 흐름을 시청자가 쉽게 따라갈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 효과는 결승 이후 열린 레전드 매치에서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글로벌 우승 서버 KINGS와 한국 대표 선수 250명으로 구성된 KOREA 서버가 맞붙은 경기였습니다. 미니맵에서 KINGS는 노란 점, KOREA는 붉은 점으로 표시됐습니다.
경기 흐름이 KINGS 쪽으로 기울던 중반, 노란 점으로 가득한 적진 한가운데에 붉은 점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한국 서버 랭킹 1위 ‘아산좋아’ 선수가 전세를 뒤집기 위해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든 순간이었습니다.
하트가 금세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무리한 진입이었지만, 정작 줄어든 것은 그를 둘러싼 KINGS 캐릭터들의 하트였습니다. KINGS 캐릭터들이 하나둘 밀려나고 그 틈으로 KOREA 선수들이 따라 들어오면서, 노란 점으로 가득했던 미니맵에 붉은 점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전황의 변화가 미니맵 위에 그대로 나타나자, 현장을 지켜보던 관계자들과 다른 서버 선수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졌습니다.

새로운 관전 요소는 경기 내용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같은 순간을 함께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다만 이 장면이 나오기까지 화면 밖에서는 세 가지 일이 먼저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하나의 대회를 만드는 세 가지 일
대회를 위한 준비는 크게 세 가지 과제로 나뉘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선수들을 무대의 주인공으로 세우는 일, 경기 규칙을 미리 명확하게 설명하는 일, 그리고 수백 명이 동시에 싸우는 전장을 시청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일입니다.
맡은 팀과 역할은 달랐지만, 선수들이 오롯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든다는 목표는 같았습니다.
⓵ 선수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일
첫 번째 과제는 세계 각지에서 온 선수들을 무대의 주인공으로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이번 시즌 행사 전체의 조율을 맡은 마케팅팀 김유진 과장은 시즌2의 목표를 ‘대회’보다 조금 더 큰 단어로 설명했습니다.
단순히 승패를 가리는 대회를 넘어서, 각 지역의 대표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플레이와 문화를 공유하는 ‘글로벌 축제’ 같은 경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서로 경쟁하는 관계지만, 현장에서는 같은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로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기를 바랐어요.
그 바람은 무대 연출로 이어졌습니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지역과 서버를 대표하는 주인공으로 소개되도록, 경기만큼이나 무대에 오르는 과정과 입장 연출에 공을 들였다고 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돌아온 답도 대부분 경기 바깥에 있었습니다. 브라질 선수들은 출국 전부터 상파울루에 모여 함께 한국으로 이동했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승패와 관계없이 선수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뒤풀이 자리에서는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게임을 중심으로 대화가 이어졌고, 선수들은 PD와 디렉터에게 궁금했던 것들을 직접 묻기도 했습니다.

⓶ 규칙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일
시즌1을 거치며 라이브운영팀이 확인한 두 번째 과제는 규칙을 사전에 명확하게 설명하는 일이었습니다.
시즌1 싱가포르와 시즌2 서울을 모두 경험한 라이브운영팀 박진수 대리는 현장에서 대회 세팅을 담당하며 이 점을 가장 크게 배웠다고 했습니다.
시즌1에서는 일부 세부 규정에 대한 사전 안내가 충분하지 않아 경기 결과를 두고 유저분들 사이에 혼란이 있었습니다. 규칙 자체뿐 아니라, 그 규칙을 미리 명확하게 설명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시즌2는 규정집에서 시작했습니다. 규칙 검수와 규정집 최초 작성에만 2주가 걸렸습니다. 대회 2주 전부터 유저들에게 배포하고, 질문과 피드백을 반영하며 내용을 계속 보완했습니다.
그 결과 시즌1과 같은 규정 해석상의 큰 혼란 없이 대회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⓷ 전장을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일
세 번째 과제는 수백 명이 동시에 움직이는 전장을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일이었습니다.
새롭게 추가된 미니맵과 하트가 화면 안의 장치였다면, 화면 밖에는 그 정보를 읽고 전달할 사람들의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방송의 기획부터 송출까지 전 과정을 총괄한 게임미디어팀 김유라 팀장의 이야기입니다.
유저분들을 위해 사전에 룰 소개 영상을 제작해 공개했고, 중계진분들과는 방송 전 미팅을 진행하며 변경된 규칙과 주요 포인트를 함께 점검했습니다.
이러한 사전 작업을 바탕으로 중계진은 시즌2에 새롭게 적용된 규칙과 관전 요소를 실제 해설에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미니맵 위의 붉은 점 하나가 어떤 의미인지 시청자에게 전달되기까지도 화면 밖의 준비가 먼저 필요했습니다.
세 가지 일은 그렇게 맞물렸습니다. 무대 연출은 선수들을 주인공으로 세웠고, 규정집은 경기의 기준을 미리 공유했으며, 중계는 복잡한 전장을 읽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 준비는 대회 이틀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대회는 언제나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았습니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은 한 시간
대회 이틀째, 레전드 매치 시작을 앞두고 경기 설정이 서버에 정상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박진수 대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전까지 모든 매치가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레전드 매치도 같은 방식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문제였습니다. 자칫하면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과 생중계를 지켜보는 시청자분들이 계속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죠.
개발진과 DB팀은 곧바로 붙어 기존 데이터를 삭제하고 경기를 재설정했고, 그사이 무대 위에서는 해설진이 예정에 없던 공백을 채웠습니다.
같은 한 시간이 중계석에서도 흘렀습니다.
김유라 팀장은 그 순간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일과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먼저 구분했다고 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 자체는 제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라이브 방송이 이어질 수 있도록 대응했습니다. 브레이크 타임을 편성해 기술팀이 원인을 파악할 시간을 확보하고, 동시에 두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했죠. 재시작 후 경기가 정상적으로 이어지는 경우와 문제가 지속돼 대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였습니다.
두 번째 상황에 대비해 방송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유저들에게 어떤 안내를 전달할지도 유관 부서와 함께 논의했습니다. 상황에 따른 화면 구성과 해설진의 멘트는 메인 PD에게 전달됐습니다. 이 모든 판단은 라이브가 진행되는 중에 이루어졌습니다.
다행히 서버 재시작 이후 문제는 해결됐고, 두 번째 시나리오는 사용하지 않은 채 남았습니다. 예정보다 한 시간 늦었지만 레전드 매치는 무사히 시작됐습니다.
앞서 소개한 ‘아산좋아’ 선수의 장면도 그렇게 시작된 경기에서 나왔습니다.

무대를 내려온 선수들이 남긴 말
준결승에서 KINGS에 패한 NAEU004 서버 선수들이 인터뷰에서 먼저 꺼낸 것은 결과에 대한 아쉬움보다, 이 무대에 직접 서본 경험이었습니다.
CONCLAVE 클랜의 NECROOS 선수는 시즌1 당시의 기억부터 이야기했습니다.
시즌1 때 우리는 이 무대에 참가하지 못했어요. 예선에서 더 올라가지 못했거든요. 그때는 우리만 이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기분이었습니다. 우리 시즌은 남들보다 일찍 끝난 셈이었죠.
하지만 이번 시즌2에서는 저희도 이 큰 무대의 참가자가 됐어요. 그 점이 가장 큰 차이였습니다. 비록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이 무대를 함께할 수 있었어요. 이런 경험을 하게 해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같은 클랜의 ARIETA 선수는 경기를 지켜보는 일과 직접 무대에 오르는 일 사이의 차이를 이야기했습니다.
소파에 앉아서 보면 다른 사람의 실수가 잘 보이고, ‘내가 하면 더 잘하겠다’ 싶기도 하죠. 하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가면 달라요. 긴장도 되고, 클랜과 얼라이언스를 대표한다는 책임감도 있습니다.
중계만 봐서는 보이지 않는 것도 많아요. 이 모든 것이 돌아가도록 정말 많은 사람이 어마어마한 일을 해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TOXIHOLY 선수도 함께 플레이한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번 대회를 평생 간직할 기억으로 남기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미르컵 시즌2의 우승은 KINGS 서버가 차지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경기 방식과 관전 요소, 규정 안내를 손보며 시즌1에서 확인한 과제들을 보완했습니다.
모든 과정이 계획대로 흘러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레전드 매치가 한 시간가량 지연되는 문제도 있었고, 이는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다시 점검해야 할 과제로 남았습니다.
순위표 밖에도 기억할 장면은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지역과 서버에서 온 선수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자신이 속한 팀을 대표해 싸웠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같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서로의 경험을 나눴습니다.
이미르컵 시즌2는 그렇게 이틀간의 경기를 마쳤습니다.
이미르컵 월드 챔피언십 시즌2 리캡 영상. 출처: YouTube @WEMADEGlob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