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 서버대전은 어떻게 e스포츠 무대에 올랐나
Share
Share

MMORPG 서버대전은 어떻게 e스포츠 무대에 올랐나


600인 전장을 글로벌 무대에 올리기까지

2026년 2월 28일, 싱가포르 레이저(Razer) 본사.레전드 오브 이미르의 핵심 콘텐츠인 서버대전이 글로벌 e스포츠 무대에 올랐습니다. 한 전장에서 최대 600명이 동시에 맞붙었고, 경기는 유튜브·트위치·페이스북 게이밍·빌리빌리 4개 플랫폼을 통해 생중계됐습니다.

결과만 적으면 깔끔한 한 줄입니다. 하지만 그 한 줄 뒤에는 참고할 매뉴얼이 없는 자리에서 쌓아 올린 준비와,  매 순간 새로 내려야 했던 판단이 있었습니다. 라이브 데이터를 대회 전용 서버로 옮기고, 싱가포르 현장과 글로벌 온라인 참가자를 하나의 전장으로 연결하고, 600인 전장을 ‘보는 경기’로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미르컵 월드 챔피언십 시즌 1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든 다섯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그날을 돌아봤습니다.


하필 가장 어려운 장르를 골랐다

먼저 짚어둘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MMORPG를 e스포츠로 만든다는 건, 게임 산업에서 오래도록 ‘되기 어려운 일’에 가깝게 여겨져 왔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장르의 본성에 있습니다. 

e스포츠가 잘 작동하는 종목들은 대체로 양 팀이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합니다. 승패를 결정짓는 요소는 팀의 전략과 반응속도, 순간 판단입니다. 누가 그동안 게임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재화를 썼는지는 경기장 안에서 큰 의미가 없습니다. 

반면 MMORPG는 다릅니다. 

캐릭터의 레벨과 장비, 스킬, 빌드, 클랜 구성이 플레이어마다 모두 다릅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곧 전투력이 됩니다. 

그래서 MMORPG를 대회로 만들 때는 흔히 장르의 핵심 변수를 덜어내는 쪽을 택합니다. 인원을 소수로 줄이고, 장비와 성장 조건을 맞추고, 전장을 더 통제 가능한 구조로 바꾸는 방식입니다. 대규모 전투가 MMORPG의 핵심 재미임에도, 정작 대회가 되는 순간 그 재미를 걷어내 ‘MMORPG 속의 비(非)MMORPG’를 만드는 셈입니다. 

이미르컵 월드 챔피언십 시즌 1은 조금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격차를 지우는 대신, 레벨과 장비, 클랜 구성, 서버별 전력 차이가 살아 있는 대규모 전장을 그대로 무대에 올렸습니다. 그만큼 과제도 분명했습니다. 유저가 쌓아온 성장의 가치를 살리면서도, 하나의 대회로 납득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라이브 운영을 담당한 장민훈 대리는 이 지점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생각하는 e스포츠는 제로베이스에서 양 팀이 똑같이 시작하잖아요. 그런데 MMORPG는 어느 시점의 어떤 캐릭터로 싸우느냐에 따라 전력이 달라져요. 그걸 대회가 진행되는 시점에 어떻게 납득 가능하게 구현할지가 가장 걱정이 컸던 부분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세 가지 과제: 공정성, 안정성, 관전성

레전드 오브 이미르 글로벌 사업을 맡고 있는 이재원 팀장은 시즌 1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마주한 과제를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공정성. 안정성. 관전성. 이 세가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봤습니다.

어느 시점의 캐릭터 데이터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대회 환경을 만들 것인가.

600명이 동시에 격돌하는 전장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가. 

그리고 이 복잡한 전투를 어떻게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는 경기로 만들 것인가. 

세 가지 모두 쉬운 답이 없는 문제였습니다. 결국 시즌 1은 그 답을 직접 부딪히며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공정성: 언제의 캐릭터로 싸우게 할 것인가

MMORPG에서 캐릭터는 멈춰 있지 않습니다. 캐릭터의 능력치와 장비, 스킬, 클랜 구성은 대회 직전까지도 계속 바뀝니다. 그래서 어느 시점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가 곧 대회의 공정성과 직결되는 문제였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건 대회가 열리는 순간의 데이터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레전드 오브 이미르는 평소 지역별 서버 환경에서 운영됩니다. 서로 다른 지역의 유저가 한 전장에서 만나는 구조가 아닙니다. 그런데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서버와 클랜이 하나의 대회 무대에 서야 했습니다. 

평소에 만날 일이 없는 데이터를 한곳으로 모으고, 검증하고, 안정화하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너무 이른 시점에 데이터를 고정하면 참가자 입장에서는 최신 상태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느낄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늦게 데이터를 확정하면 대회 서버에서 충분히 검증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월드 챔피언십은 대회 약 3주 전 시점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확정하고, 이를 미리 안내했습니다.  

장민훈 대리는 이 결정을 오프라인 스포츠에 빗대 설명했습니다. 

전통 스포츠에서도 대회 한 달 전 랭킹을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저희도 마찬가지였어요. 라이브 경쟁의 결과는 최대한 존중하되, 대회 서버에서 문제없이 재현할 수 있는 시점에 데이터를 확정한다. 기준은 거기에 뒀습니다.

확정한 데이터는 곧장 대회 전용 서버로 옮겨졌습니다. 정확히는, 월드 챔피언십만을 위한 별도의 빌드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대회용 독립 클라이언트를 쓰는 것 자체는 다른 e스포츠에서도 낯선 방식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 빌드가 처음엔 ‘텅 빈 경기장’이라는 점입니다. 경기장은 준비됐지만, 그 안에서 싸울 선수들의 캐릭터 데이터는 아직 들어와 있지 않은 상태인 것이죠. 

이재원 팀장의 설명입니다. 

대회용 빌드 자체엔 캐릭터 데이터가 없어요. 그래서 라이브 서비스에서 확정한 캐릭터 정보와 장비, 스킬 구성 등을 정확히 복사해 와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반드시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저희만 확인하는 게 아니라, 참가하는 선수들도 '내 캐릭터가 제대로 들어왔는지' 직접 확인하는 단계가 필요했고요.

대회 서버로 데이터를 옮겼다고 준비가 끝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실제로 접속해 자신의 캐릭터 정보와 장비, 스킬, 클랜 구성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운영팀 역시 전장 입장, 파티 구성, 이동, 전투, 재접속까지 실제 경기 흐름에서 문제가 없는지 점검했습니다.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사전 대비도 있었습니다.

대규모 PvP에서 비정상적인 플레이나 어뷰징은 경기 결과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이미르컵 월드 챔피언십은 격차를 지우지 않고, 유저가 쌓아온 성장과 서버별 전력 차이를 무대 위에 올린 대회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그 격차가 정당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지켜내는 일이었습니다.

운영팀은 대회 전부터 QA 조직과 함께 점검 기준과 모니터링 방식을 맞췄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기록을 확인하는 사후 점검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경기 전 준비 단계부터 이상 흐름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대응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문제가 의심되는 상황이 생기면 즉시 확인에 들어갈 수 있도록 담당 조직 간 역할과 절차도 사전에 정리했습니다.

결국 공정성은 데이터를 정확히 옮기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그 환경이 정당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계속 확인해야 했습니다. 격차를 없애지 않는 대회였기 때문에, 오히려 그 격차가 정당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신뢰를 지키는 일이 더 중요했습니다.

경기를 진행하고 있는 'SA(South America)' 지역 서버 선수단

안정성: 600인 전장을 버티게 만드는 일 

공정성의 기준을 세우는 일 다음에는, 안정성의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인프라 운영을 담당한 최민지 과장이 마주한 과제는 600명이 한 전장에 모이는 순간의 부하였습니다. 

600명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동시 접속자 수가 아닙니다. 수백 명이 한곳에 뭉치면 이동, 스킬, 피격, 버프, 디버프, 사망, 부활, 전투 로그가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으로 쌓입니다. 

막바지 테스트에서는 더 높은 CPU 클럭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왔고, 인프라 운영팀은 그 사양을 지원하는 싱가포르 지역을 기준으로 서버를 다시 구성했습니다. 대회 전날 밤까지 서버를 재구성하고, 600명을 가정한 부하 테스트를 반복했습니다. 

서버가 버틴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어요. 전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지, 특정 구간에 인원이 몰렸을 때 캐릭터 위치 동기화와 스킬 판정이 흔들리지 않는지까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거점에 전투가 몰리는 건 서버대전의 숙명입니다. 테스트는 유저들이 넓게 흩어진 상황이 아니라, 한 거점에 인원이 쏠리는 상황을 가정하고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이 중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교전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서버가 가장 힘들어지는 순간이, 시청자가 가장 보고 싶어하는 장면이 되는 셈입니다. 

안정성 테스트는 그렇게 관전성 테스트로 이어졌습니다.   


관전성: 잘 싸우는 것과 잘 보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직접 겪은 일이기도 합니다. 중계를 처음 봤을 때, 어느 쪽이 이기고 있는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수백 명이 동시에 엉켜 있는 화면에서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e스포츠 종목이라면 “아, 지금 이런 상황이구나”를 비교적 빠르게 알 수 있지만, MMORPG 서버대전은 룰과 맥락을 모르면 거대한 싸움처럼만 보일 수 있습니다.

월드 챔피언십을 준비하는 팀도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이재원 팀장은 관전성 설계의 접근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전체 전황을 보여주는 거시적인 시점과, 특정 캐릭터에 집중했을 때 그 움직임이 판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함께 보여주려고 했어요. 옵저버 시스템을 그렇게 기획했고, 화면에 어떤 정보를 띄울지 UI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결국 관전성 설계는 두 가지 시선을 오가는 일이었습니다. 

전장의 전체 흐름을 보여주는 시선, 그리고 특정 캐릭터나 핵심 교전이 판도를 바꾸는 순간을 따라가는 시선입니다. 

서버대전은 단순히 많이 처치하는 경기가 아닙니다. 어느 진영이 어느 지점을 장악하고 있는지, 왕관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교전이 전황을 바꾸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그래서 옵저버 화면은 넓게 전장을 보여주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특정 캐릭터의 움직임과 핵심 교전 장면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화면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MMORPG 서버대전은 룰과 맥락을 모르면 전투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누군가 지금 벌어지는 전투의 의미를 빠르게 읽어주고, 시청자가 놓치기 쉬운 흐름을 짚어줘야 했습니다.

그 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택은 캐스터였습니다. 

단순히 팔로워가 많은 분이 아니라, 실제로 레전드 오브 이미르를 플레이했고 게임을 깊게 이해하는 분을 섭외했어요. 대규모 전투는 룰과 맥락을 모르면 재미를 느끼기 어렵거든요. 그 상황을 텍스트보다 음성으로 짚어주는 게 훨씬 빠르게 전달돼요.
해설은 레전드 오브 이미르 스트리머 ‘BEARD (@BeardEnergyGaming)’가 맡았다.

팔로워 수가 아니라 게임 이해도를 기준으로 마이크를 잡을 사람을 정했다는 것. 

단순해 보이지만, ‘보여주기’보다 ‘이해시키기’를 먼저 둔 판단이었습니다. 

물론 시즌 1이 완성형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재원 팀장은 아쉬웠던 지점도 솔직하게 짚었습니다.

600명 가까운 플레이어가 싸우다 보니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지금 전황이 어떤지가 수치로만 봐서는 잘 안 들어왔어요. 그 부분을 시즌 2에서는 훨씬 더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방향으로 구조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즌 1이 보여준 가능성도 분명했습니다. 1만여 명이 넘는 시청자가 실시간 채팅으로 서버별 전력을 분석하고 응원을 주고받았습니다. 적어도 레전드 오브 이미르가 가진 대규모 전쟁의 스케일은 글로벌 시청자에게 전달된 셈입니다.

전투가 크다고 해서, 그 자체로 좋은 관전 경험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는 사람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따라올 수 있어야, 서버대전은 비로소 하나의 경기로 읽힙니다. 시즌 1은 그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남긴 무대였습니다.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변수들 

이번 대회를 총괄한 미국 법인의 정현봉 팀장은 월드 챔피언십 시즌 1을 “처음의 연속”으로 기억했습니다. 

600인 전투를 라이브 스트리밍을 켠 채 대회로 운영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고, 이 정도 규모의 테크니컬 리허설도 모든 게 처음이었습니다. 대회 전용 빌드, 글로벌 온라인 참가, 싱가포르 현장 운영, 600인 서버대전 중계까지. 참고할 매뉴얼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 맞춰보는 조합이 많았습니다.

대회 전날 밤까지도 계속 테스트하고 진행했어요. 그런데 막상 라이브가 되니 예상 못 한 문제들이 생기더라고요. 경기 매치 셋업을 저희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그날 현장에서 내려진 판단 중 하나가 브레이크 타임 조정이었습니다. 경기 사이 30분으로 잡아둔 시간이 실제 세팅에는 부족하다고 판단되어, 현장에서는 브레이크 타임을 1시간으로 늘려 다시 세팅을 맞췄습니다. 계획한 시간표를 그대로 밀어붙이는 대신, 경기 안정성과 현장 준비 상태를 기준으로 운영 시간을 다시 잡은 것입니다.

정답지가 없는 상황에서, 각 부서는 그때그때 모여 최적의 판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장민훈 대리는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기술보다 ‘납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선수들은 자기 서버를 대표해서 온 사람들이에요. 서버의 이득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명을 받고 온 거죠. 그래서 예기치 못한 이슈가 생겼을 때, 선수도 시청자도 팬도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내는 게 제일 어려웠습니다.

실제 경기 중에는 파티 시스템 이슈로 재경기가 진행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파티 구성은 대규모 PvP에서 생존과 협동, 전략 수행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요소이기 때문에, 운영팀은 해당 문제가 경기 공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했습니다. 재경기는 대회 흐름상 부담이 큰 결정이지만, 경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면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공정성과 참가자의 납득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시즌 1 이후 운영 기준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습니다.문제를 얼마나 빨리 감지하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참가자와 시청자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모든 것이 대규모 MMORPG 대회 운영의 일부였습니다. 

시즌 1의 변수는 그렇게 시즌 2를 준비하는 기준이 됐습니다. 


싱가포르의 작은 용산 전자상가

싱가포르 현장에는 물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선발대는 대회 일주일 전 싱가포르에 도착했습니다. 현장에서 사용할 Razer 노트북 12대에는 운영체제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OS를 설치하고, 게임 클라이언트를 깔고, 대회용 환경을 맞추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이 작업이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싱가포르 현지 네트워크 환경이 국내처럼 빠르지 않아 노트북 한 대를 세팅하는 데만 서너 시간이 걸렸습니다. 게다가 막판 룰 조정으로 빌드가 바뀔 때마다, 설치한 것을 지우고 다시 설치해야 했습니다.

노트북 세팅을 도맡았던 기술PM팀 강성환 팀장은 일주일 내내 설치와 재설치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대회가 끝난 뒤에야 그 고생은 웃으며 꺼낼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됐고, 강성환 팀장에게는 ‘용산 전자상가’라는 별명이  남았습니다.

OS조차 없던 노트북에 게임을 까는 데만 한 대당 서너 시간이 걸렸다.

6개국에서 오는 선수들의 항공과 숙박도 큰 일이었습니다. 초청 명단이 바뀌고, 각국의 입국 조건과 일정 변수가 겹치면서 항공편 조율은 생각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는 일이 됐습니다.

이재원 팀장은 시즌 1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간 일을 묻자, 주저 없이 항공편을 꼽았습니다.

대회 진행보다 항공편 예약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말에, 인터뷰 테이블에 앉아 있던 다섯 사람이 함께 웃었습니다.

이미르컵 월드 챔피언십 시즌 1의 무대 뒤에는 그런 가장 물리적인 준비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디스코드 밖에서 만난 유저들

라이브 운영팀 박진수 대리에게 싱가포르 현장은 특히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았습니다. 

평소 디스코드와 커뮤니티를 통해 유저를 만나던 그는, 싱가포르 현장에서 유저들을 직접 마주했습니다. 함께 모여 게임 이야기를 나누고, 우승팀의 파티에도 초대받았고, 누군가는 현장에서 강화 버튼을 직접 눌러달라며 농담처럼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닉네임과 메시지로만 오가던 관계가, 그날은 표정과 말투가 있는 대화가 됐습니다.

박진수 대리는 그 시간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연락을 주실 때는 보통 게임에 문제가 생겼거나 불만이 있는 상태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화가 나 계신 경우도 많거든요. 그런데 현장에서 사람 대 사람으로 직접 만나니 다들 너무 친절하시더라고요. 서로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게 된 시간 같았고, 유저 분들을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박진수 대리에게 월드 챔피언십 시즌 1은 유저와의 거리를 한 걸음 더 좁힐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디스코드와 커뮤니티 너머에서 유저를 직접 만나고, 같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시즌 2는 이미 시작됐다

시즌 1이 가능성을 확인한 대회였다면, 시즌 2는 그 가능성을 한 단계 더 정교하게 다듬는 자리입니다.

이미르컵 월드 챔피언십 시즌 2는 6월 27일과 28일, 서울 상암 SOOP 콜로세움에서 열립니다.

기준은 분명합니다. 참가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경기 구조, 흔들림 없는 안정성, 그리고 시청자가 전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관전성. 시즌 1을 관통했던 세 가지 과제는 시즌 2에서도 이어집니다.

Stay updated with the latest in games, tech,
and the stories behind them

Subscribe

* 입력하신 이메일 주소는 뉴스레터 발송 목적으로만 이용되며, 구독 해지 시 즉시 파기됩니다.
* 확인 메일의 'Confirm signup' 클릭 시 광고성 정보 수신에 동의한 것으로 처리됩니다.